(현대경제신문, 2026.10.23) [2026 국감]'증도가자' 심사 지연 질타···"공모 철회·새 위원회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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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6-10-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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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국감]'증도가자' 심사 지연 질타···"공모 철회·새 위원회 구성"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 감사원 재조사 권고 무시 지적
국가유산청장 "기존 위원·전문위원 전면 제척···101자 재조사"

현대경제신문 박명섭 기자 | 국가유산청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증도가자(證道歌字)'의 진위 논란과 보물 지정 지연 문제에 대해 '공모 방식'의 검증을 철회하고, 기존 101 점의 활자를 대상으로 완전히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해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23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나선 임오경 의원(경기 광명시갑, 더불어민주당)과 조계원 의원(전남광주 여수시을, 더불어민주당)은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이 10년 넘게 지체되고 있는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조 의원은 "증도가자가 보물로 지정될 경우 세계 금속활자의 역사는 1377년 직지심체요절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공인될 것"이라며 "이러한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유산청이 사실상 보물 지정을 부정하며 심의를 지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남권희 경북대 명예교수는 "2014년 4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연구에서 서체, 금속, 탄소연대분석, 조판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증언했다.

그는 과거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활자 연구 논문 한 편 낸 적 없는 비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2017년 부결을 주도했다고 지적하며 "적어도 선행연구가 있으면 토론이라도 했어야 하는데 전문가가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된 그동안의 과정을 보며 참담하기 그지없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국가유산청이 위작의 근거로 내세웠던 △삼국시대 먹 성분 검출 △서체의 상이함 △옥편에 없는 글자 존재 등에 대해서도 남 교수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탄소연대분석 시 오래된 나무를 태워 만든 먹이 섞여 사용된 점을 고려해야 하며, 여러 활자 형태가 섞여 있는 것은 오히려 고려시대 금속활자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특히 "옥편에 없는 글자는 1013년도 옥편에만 잠시 등장했다 사라진 글자로, 이를 후대에 가짜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함께 보관되던 청동수반과 초두와의 비교 조사가 불가하다는 유산청의 주장에 대해서도 "내용물과 그릇이 다르다고 진위 여부를 묶어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임오경 의원은 국가유산청이 감사원의 재조사 권고에도 불구하고 대안으로 '전체 공모를 통한 새로운 활자 검증'을 거론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중국이 세계 최초 금속활자 종주국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유산청의 안일한 대응이 자칫 직무유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부결에 참여했던 기존 위원들과 전문위원들을 전면 제척하고 원래의 101자에 대해서만 신속히 재조사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의원들의 지적을 전폭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 청장은 "방금 말씀하신 제척 사유에 해당하는 인사와 지금까지 참여했던 사람을 모두 제외하고 완전히 새롭게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공모 방식에 대한 오해를 풀며 기존 101개 활자를 바탕으로 철저한 재조사를 진행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한편, 국제 사회는 이미 한국의 증도가자를 주목하고 있다. 남 교수는 "최근 30개국의 활자 전문가들이 참여한 '직지 투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증도가자 연구가 상세히 포함돼 700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나왔으며, 세계기록유산 본부와 구텐베르크 박물관 등에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증도가자는 지난 2010년 9월 서지학자 남권희 교수에 의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이 활자는 보물(제758-1호)로 지정된 불교 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증도가/ 1239년 제작)’를 인쇄할 때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인될 경우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1377년)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선 유물이 된다. 특히, 직지나 구텐베르크 성경이 인쇄본만 남아있는 것과 달리, 증도가자는 금속활자 ‘실물’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의미를 지닌다.
증도가자 101점은 지난 2011년 보물 지정이 신청됐지만, 2017년 문화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부결된 바 있다. 당시 위원회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 등 과학적 분석 결과 고려시대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으나,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고 서체 및 조판 조사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미술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고미술계와 학계의 알력 다툼을 넘어, 증도가자의 객관적이고 신속한 재조사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국제적 위상을 확고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