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N마이크, 26.03.05) 한·중 역사 관통한 '말(馬)'의 장엄한 서사…396억 낙찰 신화 '원청화' 화제 >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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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N마이크, 26.03.05) 한·중 역사 관통한 '말(馬)'의 장엄한 서사…396억 낙찰 신화 '원청화'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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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13
  • 작성일26-03-0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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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성, 말의 해 맞아 특별전
말은 권력의 상징이자
...쾌속 출세의 부적
춘추전국시대부터
청대 옹정·건륭까지 총망라

춘추전국 옥 마차, BC770~BC221, 옥, 21.5×37.1×12.2cm.
춘추전국 옥 마차, BC770~BC221, 옥, 21.5×37.1×12.2cm.
원 청화 귀곡자하산문 관, 1271~1368, 도자, 28.5×22.5×20.5cm
원 청화 귀곡자하산문 관, 1271~1368, 도자, 28.5×22.5×20.5cm

우리나라 역사에서 말(馬)의 의미는 각별하다. 고대 신라의 '천마도(天馬圖)'에 말은 지상과 하늘을 잇는 신성한 매개체로 등장하고, 고구려 고분 벽화 속 철갑을 두른 무사의 말은 대륙을 호령하던 압도적 군사력을 대변한다. 조선 시대도 마찬가지였다. 암행어사의 상징인 '마패(馬牌)'는 곧 왕의 명령을 수행하는 절대적 권위를 의미했다.

이웃 나라 중국에서도 말은 단순한 가축이 아니었다. 전쟁·통치·교역의 속도를 결정한 ‘국가의 엔진’이자, 권위와 이동성을 상징한 ‘권력의 아이콘’이었다. 

춘추전국시대 이후로 무덤에 정교한 마용(馬俑)을 부장한 것은 지배계급이 사후 세계에서도 계속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욕망의 표현이며, 명·청 시대에 이르러 도자기와 공예품에 새겨진 말 도상은 '성공과 승진'이라는 길상(吉祥)의 메시지였다. 

2026년 말의 해를 맞아, 중국 유물을 다수 소장한 다보성갤러리(서울 종로구)가 말 유물만 골라 묶은 특별전 '내 말 좀 들어봐-말(馬)들의 이야기' 전을 수운회관 2층과 4층 전시실에서 4일 개막했다. 

전시에서는 춘추전국시대에 제작된 말 형상의 청동기를 비롯하여, 당대 채회 마용, 송대 자주요에서 제작된 말 모양 도자 베개, 말 문양이 그려진 원·명·청대 도자기, 청대 옹정·건륭 연간의 말이 표현된 경면주사 먹, 말 형상의 옥·호박·목재 조각상, 청대 말 문양 보석 은반지 등 다양한 재질과 시대의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채회 말 도용, 618~907, 도기에 채색, 높이 27.3cm.
채회 말 도용, 618~907, 도기에 채색, 높이 27.3cm.
춘추전국 청동 금상감 마상봉후상, BC770~BC221, 청동에 금상감, 21.3×11.5cm.
춘추전국 청동 금상감 마상봉후상, BC770~BC221, 청동에 금상감, 21.3×11.5cm.
원 청화 소하월하추한신문 매병, 1271~1368, 도자, 45×5.4×13.5cm.
원 청화 소하월하추한신문 매병, 1271~1368, 도자, 45×5.4×13.5cm.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원나라 황실에서 두루마리 종이를 보관할 때 사용했던 '원청화 귀곡자하산문 지통'과 '항아리(관)'다 . 전국시대 사상가 귀곡자가 호랑이가 끄는 수레를 타고 산을 내려오는 장면 뒤로, 장군과 관리가 말을 타고 따르는 모습이 역동적인 청화백자로 구현됐다 . 

특히 이와 동일한 도상의 도자기는 2005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세계 기록을 세우며 고미술계를 놀라게 했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크리스티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05년 7월 12일 런던 경매에서 1568만8000파운드에 낙찰되며 당시 '중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다보성의 전시 유물 설명에도 같은 도상의 작품이 "2억3000만 위안(약 396억원) 낙찰"로 소개돼 있다.

'춘추전국 옥 마차'역시 유물 앞에서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말 네 마리가 마차를 끄는 모습의 이 옥기(玉器)는 고대 중국에서 말이 지녔던 권위를 생생하게 증명한다. 당시 마차의 형태와 말의 수는 신분에 따라 엄격히 규정됐고,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는 오직 제후나 고위 관료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언어유희를 활용해 세속적인 염원을 불어넣은 조형물들도 이채롭다. 말 위에 원숭이가 올라탄 춘추전국시대 청동기 유물은 '마상봉후(馬上封侯)'를 뜻한다. 중국어에서 '마상(馬上)'은 '곧바로'라는 뜻과 발음이 같고, 원숭이 '후(猴)'는 제후 '후(侯)'와 발음이 같아 '단숨에 높은 벼슬에 오르라'는 축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채회 말 도용도 눈여겨 볼만하다. 선명한 눈매와 잘 발달된 근육 표현, 도금 장식이 달린 마구 등으로 말의 존재감을 강조하고 있다. 황실·귀족 생활에서 말이 맡았던 역할을 보여주는 의장용 부장품이다. 

도자기와 공예품으로 오면 말은 한층 더 서사적으로 확장된다. 명대 ‘영락년제(永樂年製)’ 관지가 남은 청화 항아리에는 말을 탄 세 장수가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역동적으로 묘사돼, 말이 ‘속도’이자 ‘전쟁의 기술’이었음을 환기시켜 준다. 

청 가경경오정이보선진연법제 먹, 1796, 먹에 채색, 12.6×21.8×1.8cm.
청 가경경오정이보선진연법제 먹, 1796, 먹에 채색, 12.6×21.8×1.8cm.

청대 옹정년제 분채 잔·잔탁에는 붉은 말과 백마를 탄 인물들이 매사냥을 즐기는 모습이 그려져, 기마 문화가 생활 기물의 이미지로까지 스며든 양상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한나라 소하가 달빛 아래 한신을 쫓는 장면이 유리홍으로 묘사된 매병과 쌍이 병 , 1296년 조맹부가 그린 '인기도(人騎圖)'가 양각된 청나라 황실의 먹 등 시대를 망라한 명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은 "말은 이동과 교류, 전쟁과 의례, 그리고 상징의 매개체로서 인간의 역사에 깊이 각인된 존재"라며"유물 속 말의 모습을 통해 과거의 삶과 가치관을 읽어내고, 오늘날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토·일, 공휴일 휴관) 열리며 관람은 무료다. 

이경택 문화전문기자 sportsmunhw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