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자기의 이해

한서대학교 문화재 보존학과 장경희 교수님

1) 도자기의 분류

도자기는 넓은 의미로는 흙을 구어서 만든 그릇을 지칭하며, 제작방법에 따라 토기(土器), 도기(陶器), 석기(炻器, 오지), 자기(瓷器) 등으로 나눕니다.

토기는 대개 유약(釉藥)을 입히지 않아 물을 넣으면 물이 스며서 밖으로 번져 나오는 것입니다. 보통 700~1100〫〫 C에서 번조(燔造)하여 물의 흡수율이 15% 이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기는 수분이 기벽에 스며드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청동기 시대 민무늬 토기가 이에 해당됩니다. 흔히 우리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붉은 화분이나 떡시루도 토기인 것입니다.

석기는 주로 태토의 속에 들어있는 장석(長石)이 녹아서 유리질이 되며 그것이 다른 더 단단한 돌가루들 사이로 흘러 들어가 기벽을 단단히 만든 것입니다. 불의 온도는 1200〫 C 전후의 고온에서 구워집니다. 그래서 석기는 손으로 두드리면 단단한 돌과 같은 소리가 나며 물이 기벽에 스며들지 않습니다. 그로나 아직 자기의 단계까지 발전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라 토기가 주로 이에 해당됩니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김칫독도 일종의 석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석기라는 용어는 서양식 표현이고, 우리에게는 오지그릇이라는 용어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자기는 1300〫 C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태토의 유리질화가 더욱 진전되어 기벽을 선에 비춰보면 비칠 정도로 반투명체가 됩니다. 자기는 처음 중국에서 고령토(高嶺土)를 사용하여 만들어낸 것이며 그 시작은 육조 때부터라고 생각했으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상주(商周)시대까지 올라가고 있습니다. 고령토는 대략 규석50%, 알루미나 30%, 포타시움 2.5% 등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는데 다량의 규석질이 태토를 단단하게 해주는 유리질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에서 자기를 가장 일찍 만들어 사용한 나라는 중국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비록 중국보다는 늦지만 중국 다음으로 자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도자기의 2대 종주국이라 자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자기를 언제부터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다 아다시피 임진왜란 때 조선의 도공을 잡아간 이후부터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일본은 자기를 만들면서부터 유럽에 도자기를 수출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19세기 말 서양의 인상파 미술이 발달하는데 일본자기를 비롯한 일본미술이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유럽도 18세기 초 무렵부터 자기를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즉 17세기 경부터 중국자기를 모방하였고 1707년에 독일의 드레스덴 부근의 마이센에서 베트거(J.F.Botter)가 백자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을 효시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으로 퍼져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중국과 달리 고령토가 없었기 때문에 규석 대신 백토, 석고, 골회(骨灰)등으로 바꾸었습니다. 때문에 유럽 도자기의 질은 중국 자기보다 약한 편입니다,

2) 도자기의 원료

도자기는 점토질의 태토를 사용하여 형태를 빚고(성형, 成形) 유약을 입히고(시유, 施釉), 장식을 하고 구워서(번조, 燔造) 만들어집니다.

(1)태토(胎土)

태토는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흙입니다. 태토는 주로 점착성(粘着性)을 가진 미세한 입자의 집합체이며 주로 규소, 알루미늄, 칠 등으로 구성된 점토(粘土)를 가리킵니다.

점토 중에서도 자기로 만드는데 필요한 것이 카올린입니다. 이 성분은 중국 강서성 부량현 고령촌 에서 많이 산출되어 그 근처 경덕진요(景德鎭窯)에서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에‘고령토’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고령토라는 점토에 물을 가하면 가소성이 생겨서 갈라지거나 금이 가지 않습니다. 아울러 고령토를 가열하면 모양이 변하지 않고 굳어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고령토가 도자기의 원료로서 매우 긴요한 것입니다.

한편 점토 속에는 많은 불순물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정제하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점토를 체로 쳐서 거르는 것입니다. 또 다른 것은 점토를 물에 넣고 앙금을 가라앉히는 방법(水飛)입니다. 이렇게 태토를 잘 정제한 다음 발로 이기거나 손을 어려서 만지며 반죽합니다. 이때 수분이 빠지지 않도록 유의하며 저장해 두어야 합니다.

(2) 성형(成形)

태토를 빚어서 기물을 형태를 만드는 방법이 성형입니다. 성형에는 도구 없이 흙만으로 만들거나 도구를 이용하여 만들기도 합니다. 가장 이른 시기에는 흙타래를 가는 끈 모양으로 만들어 그것을 나선형으로 감아올리는 방법을 많이 이용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굵은 타래 고리를 1단씩 쌓아올리는 윤적법(輪積法)을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코일링 기법은 제작도구가 필요 없는 손쉬운 기법이여서 토우(土偶)나 토기를 제작하는데 적합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점차 도자기를 많이 필요해져 생산량이 늘면서 간단한 도구를 발명하여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도구로는 목형(木型)이나 초벌구이 한 것을 형틀로 이용하여 같은 모양의 그릇을 다량으로 찍어내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한편 보다 더 대량으로 그릇을 만들 때에는 회전판 위에 흙을 올려놓고 물레를 회전시키면서 그릇을 빚는 물레성형법이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3) 유약(釉藥)

유약이란 자기(瓷器)의 표면에 덧씌운 얇은 유리질막을 말하며 바탕의 흡수성을 없애고 도자기 자체의 강도를 높이며 광택과 색깔을 나타나게 하여 아름답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주성분은 규산(Sio2)과 산화알미늄 이며 여기에 나트륨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이 보태지고 종류에 따라 납, 아연 등도 쓰인다. 예전 도자기의 유약은 소다유[알칼리유], 연유, 회유의 3종으로 구별되었다. 소다유는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어 서아시아의 이슬람 도기에 많이 사용되었다.

연유(鉛釉)는 500 내지 600~1, 000〫 C 정도 낮은 온도에서 용해되는 납을 용제로 사용하며 고온의 석기나 자기에서는 증발해 버린다. 따라서 비교적 저화도에서 구을 때 사용되었으며, 그 연원은 중국의 전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한대 이후에 성행하여 녹유(綠釉), 당삼채(唐三彩)로 흔히 불리운다.

회유(灰釉)는 나무재나 석회 등을 용제[(溶劑):용해제, 용매]로 하고 1,200〫 C 이상의 고온에서 녹기 때문에 내열성이 뛰어난데, 그 기원은 가마 속에서 재가 그릇 표면에 떨어져 자연히 생기게 되었던 자연유(自然釉)에서 발달되었다고 한다. 솔나무나 특히 벼, 쌀 겨 같은 물질에는 규산과 각종 산화물질, 그리고 철분이 섞여 있어 이런 것을 태운 재를 물에 타며 그대로 잿물[회유]이라는 유약이 된다. 중국에서는 춘추시대부터 회유가 사용되어 일종의 원시 청자인 고월자(古越瓷)를 탄생시켰다.

유약의 색조는 배합된 금속의 종류와 양, 변조 할 때의 환원염과 산화염의 차이 및 용제의 성질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화한다, 도자기에 유약을 씌워 가마에 넣고 불을 때기 시작하면 유약의 수분이 마르면서 수축할 때 유약 표면에 작은 금[방렬]이 가득 생긴다.

그러다가 온도가 더 높아져서 유약의 용해온도가 되면 유약은 녹아서 유리질이 되고 앞서 생긴 금들은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제작이 끝나서 불을 끄고 도자기를 식히기 시작하면 태토와 유약의 수축도가 다르기 때문에 유약에는 다시 금이 생기는데 이것을 빙렬(氷裂) 또는 식은태 라고 부른다.

3) 도자기 가마와 번조(燔造)

도자기는 불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도자기를 만들 때에는 불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도자기를 구우려면 가마를 설치해야 하고 가마의 온도를 올리려면 그만큼 과학적인 지식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산소의 공급이 많고 적음에 따라 가마 속 불꽃의 성질이 갈라지는데, 이것이 도자기의 종류를 나누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즉 산소가 많은 상태에서 타는 붉은색의 불꽃을 산화염(酸化焰),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타는 시퍼런 불꽃을 환원염(還元焰)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불꽃은 가마를 만드는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선, 가마를 만드는 기술이 뒤떨어졌던 선사시대에는 노천가마가 많았습니다. 땅 표면에 얕은 구덩이를 파고 그곳에 토기를 올려 놓은 다음 구워냈기 때문에 산소 공급이 많아 당연히 산화염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석기시대 토기는 붉은 적갈색을 많이 띠는 것입니다. 토기의 태토나 유약 내에 포함된 철분(Fe)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여 산화제이철(Fe2O3)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가마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밀폐된 형태의 가마를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가마가 밀폐되면 가마 내부의 공기가 외부의 공기와 서로 소통하는 것을 막게 됩니다. 이러한 가마에 연료를 많이 넣어 불을 때면 산소가 부족한 환원염이 되는 이치입니다. 결국 토기는 붉은 색 대신 회흑색을 띠게 되는 것이고, 유약을 바르면 영청색 청자나 유백색 백자와 같은 자기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즉 밀폐가마는 태토나 유약에 함유된 철분까지 끌어내는 탄산가스로 환원작용을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철분은 청흑색의 산화제일철(FeO)이 된답니다. 산화염과 달리 환원염은 지붕을 씌우고 굴뚝을 만은 오름 가마 같은 데서 비로소 가능하며 또 고온으로 번조 할 수 있기 때문에 도기나 석기, 자기를 제작하는데 필수적이다.